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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김달진, 한국미술 아키비스트

김태권

지난 2월 22일 동숭동 예술가의집에서 『김달진, 한국미술 아키비스트』 출간기념회가 열렸다. 아침에 눈이 많이 내리고 오전 10시라는 낯선 시간이었지만 많은 축하객이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최근 10여 년 사이 널리 쓰이는 아키비스트(Archivist)는 보존기록(Archives)을 관리하는 기록물관리전문가인데, 수집·정리·분류·평가·기술하여 해당 기록을 보존 관리하고, 나아가 이용자들이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정민영 전 아트북스 대표의 눈에 딱 들어온 인물이 김달진이었다. 대부분의 수집가들이 개인적 소장으로 멈추는데 비해 김달진은 그것을 바탕으로 미술계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공유과정을 통해 한국근현대미술사가 단단해지는 과정을 눈여겨보았던 것이다. 여기에 저자인 국립현대미술관 김재희 도슨트의 행동하는 필력이 보태져 평전이래도 좋고 전기래도 좋은 문체로 그의 삶을 담대하게 풀어헤치니 독자 입장에서는 행운을 만난 셈이다. 생존 인물이니 만큼 실험적, 도전적 용기도 가미되었을 것이다.

김달진과 필자는 죽마(竹馬)여서 오늘날까지 지음(知音)인줄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부끄럽고 창피하고 그랬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객관적 사실 몇 개에 지나지 않았다. 그만큼 이 책은 김달진의 공개되지 않은 내면세계를 끄집어내어 인간적 매력을 발산시켰고 이는 순전히 지은이의 역량이 분명했다.



『김달진, 한국미술 아키비스트』 책 표지


책의 포인트는 수집과 공유로 표현되었다. 1부는 수집 동기로 연결되는 모친 상실, 수집벽을 표출한 중학시절의 글, 헌책방 순례, 고3때 펴낸 서양미술전집, 작고 가녀린 몸으로 시작한 막노동에 이어, 처음으로 미술관련 『전시계』 취업, 이경성 관장과의 운명적인 만남, 국립현대미술관 기능직으로 일하면서 수집에 열심인 이야기가 애틋하고 절절하다.

공유로 확대된 2부에서는 김달진미술연구소 설립, 전시회 가이드북인 『서울아트가이드』 발행, 달진닷컴 포털사이트 오픈,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설립, 이 책의 표지로 삼을 만큼 애정어린 필생의 역작 D폴더가 있다. 한국미술정보센터와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의 창립. 『대한민국 미술인 인명록1』과 『미술인 인명사전』의 발간. 아주 금쪽같은 자료인 『서화협회보』 구입 경위와 동란 중에 개최된 《벨기에현대미술전》 및 독일인이 본 한국미술 「에카르트의 기고문」을 발굴하면서도 수집활동은 끊어지지 않았고, 60년 일기가 공개되었다.

1981년 청주 사는 누나의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필자와 고민을 나눈 기억이 있다. 『전시계』 월급의 두 배를 받으며 누나를 도와주면서 나중에 레스토랑을 차릴까, 배가 고파도 미술을 포기할 수 없으니 서울로 올라갈까 였다. ‘네가 흥미 있어 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선택하면 좋겠어…’ 1985년 『선미술』에 「관람객은 속고 있다」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의 내성적 성격에 비해 꽤나 도전적인 제목이었던 것이다. 나 하나 만족하는 삶 때문에 아내를 고생시켜 미안하다든가, 지금은 건장한 청년이 된 아들의 건강에 대한 고민도 주고 받았다.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리고 ‘금요일의 사나이’니, ‘걸어다니는 미술사전’이니 ‘척척박사’니 많은 별명이 지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1999년 신지식인 선정, 2010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상), 2016년 홍진기창조인상, 2013년 금성 중2 도덕교과서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다’의 주인공. 그것도 부족할까 미술계 유튜버로 진화하여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노년의 열정에는 절로 감탄이 나온다.

이러하므로 김달진을 한국미술 아키비스트의 대부임을 책으로 마주하니 잔잔한 미소가 지어진다. 김달진의 고루한 듯 새롭기 그지없는 휴머니즘을 발견한 기쁨에서다. 야무지고 똘똘한 김달진은 예나 지금이나 뚜벅이이므로 오늘도 우보천리(牛步千里)요 내일도 우공이산(愚公移山)인 작은 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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